결정문_2017헌바127_형법_제269조_제1항_등_위헌소원 (2).pdf
0.42MB
보도자료_2017헌바127_형법_제269조.hwp
0.11MB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던 어제 4월 11일은, 100년 전 일제로부터 독립을 염원하며 새로운 나라의 이름을 이미 사라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바꿔 결정한 날이기도 했다. 제국을 민국으로 바꿈으로서 새로운 나라가 그 국민과 맺는 관계의 본질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그 새로운 나라가 국민의 몸을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100년만에 다시 세운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역사적인 결정문과 헌법재판소의 보도자료를 첨부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문 읽기모임 같은 것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룩한 분노를 보다  (0) 2018.10.14
조선대학교의 역사  (0) 2018.10.03
[펌]서울 지하철 여행  (0) 2014.12.14
Posted by 나경채
,

소설책 한권 정도는 어지간하다면 하루 정도 읽으면 마지막 장을 덮는데 이 소설은 3일 걸려 읽었다. 아껴 읽느라...
내가 이 책을 아껴 읽다가 올해가 가기 전 어느 날에 기적처럼 고공농성하는 분들이 내려와도 좋을 일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기대가 있었지만, 역시 부질없었다.

3일 전에 나는 간도땅에 있었고, 강주룡을 따라 항일무장부대가 머물렀던 동토의 산 속에도 있었다. 평양을 거닐었고 을밀대 위의 아찔함도 보았다.
부고를 들은 정달헌의 감옥방에서 새어나오던 괴성이 나의 것인양 목이 메였다.

20세기 초반 이땅의 노동자들은 극한의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가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이 역사가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생각하니 끔찍하기까지 하다. 모든 것이 바뀌었는데 어찌 노동자들이 생을 걸어야 한다는 것만은 이렇게 같을까.

2018년이 이제 딱 하루 남았다. 21세기를 질주하는 오늘도 20세기 초 최초의 체공녀 강주룡이 그랬듯 공중에 머물러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은, 시간을 무색하게 할 뿐이다.

2019년은 더도 덜도 없다. 하늘에 오르지 않아도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널리 퍼지는 사회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력기관의 민간인 사찰, 있다 없다?  (0) 2018.12.24
공항별곡  (0) 2018.12.24
탄호이저 2막, 입당행진곡  (0) 2018.12.24
어느 세월에...  (0) 2018.12.24
2018년 12월 20일  (0) 2018.12.24
Posted by 나경채
,

우리보다 앞서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도를 개혁하여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를 채택하고 있는 뉴질랜드에서는 올해부터 대학교육의 일부가 무상화되었다. 2021년에는 2년간 무상교육 기간이 늘어나고 2023년에는 3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학무상교육은 주로 유럽권 나라들의 사회정책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얼마 전부터 비유럽권 나라들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공화당 정치인이자 미국 최고 부자정치인중 한 명으로 알려진 빌 하슬람 주지사에 의해 고교에서 칼리지로 진학한 학생들의 2년제 칼리지 대학 무상화가 시행중인데 얼마 전부터는 모든 성인들에게 확대되었다. 지금은 테네시에 이어 오리건, 미네소타로 확대되었고, 켄터키주에서는 적극 검토중이라고 한다.

남미의 칠레에서 청년여성 정치인 까밀라바예호가 앞장서고 바첼레트 대통령이 지지한 대학무상화 법안이 통과된 것은 이미 좀 지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일본에서도 몇 년 전 민진당의 대표였던 렌호에 의해 대학 무상교육추진이 적극 검토되었다가 지금은 아베총리가 이 정책의 추진에 열을 내고 있다. 2017년 의회에서 시정연설에 나선 아베총리는 모든 고등교육이 국민에게 무상으로 열려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1.5정당체제에서 여당이 야당의 역할까지 한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싶다. 민주당은 일본을 배우려면 똑바로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고교 무상교육도 완벽하게 실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반값등록금을 약속했던 이명박 박근혜가 한 것이라고는 일부 장학금제도와 학자금대출제도의 도입 정도였다. 특히 학자금대출 제도는 다수의 대학생들을 채무자로 만들어 청년들의 인생을 저당잡고 있는 나쁜 제도이다.
일본은 무상 등록금 외에도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매월 3만엔(32만원)의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갚을 필요가 없는 무상지원이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서 내년도 예산이 대폭 증가되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확장적 재장정책이라는 말은 작년보다 예산이 늘었냐 아니냐의 개념이 아니다. 확장적 재정과 긴축재정 여부는 재정지출을 얼마나 늘렸는가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정부가 걷은 돈과 지출한 돈의 차이로 결정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긴축재정 예산안을 편성했다.

481조를 걷어서 470조를 지출하겠다는 정부예산안은 비록 작년보다 예산규모가 확장되었지만, 11조원에 해당하는 만큼 긴축재정임이 확실하다. 복지재정이 늘어난 것 처럼 보이지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예산과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한정된 일부 복지예산이 늘어난 것에 불과하고, 전체적으로 우리사회 복지수준이 드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9년 예산안 처리과정은 전체적으로 문제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잘못된 방향을 뽑아보자면

그 첫번째는 정부가 확보된 수입예산마저 긴축재정으로 지출을 억제하기로 했으면서도, 이것을 확장적 재정정책이라고 허위 선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예산에 이어 2019년 예산마저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한 것은 큰 정책실패이다.

두번째는 더불어-자한당이 연합하여 사회복지예산 1조2천억원을 덜어내고 자신들의 지역구 SOC예산을 그만큼 증액한 사실이다. 두고두고 말하고 기록하며 잊지 않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세번째 잘못된 방향은 이 와중에 국방예산을 작년보다 8.2%, 3조 5천억원이나 증액한 사실이다. 이런 식이라면 한반도 평화는 도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이냐는 한탄이 나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이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의 가장 훌륭한 치적마저 제대로 포장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예산은 동결하거나 올해 성장률에 맞춰 2~3% 정도로 그 확대폭을 조절하고 그 예산액만큼 사회복지에 투입하여 평화로운 한반도의 비전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안보와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초과세수로 인한 대규모 추경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대규모 초과세수야 말로 정부 재정정책의 기조가 긴축이라고 하는 명확한 증거이다. 이미 확정된 예산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초과세수 수입을 어디에 지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연구하고 토론하여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계속해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부피가 늘어나는 청년부채규모를 줄이는 일에 이 예산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자금대출 채무를 해소하고, 일본처럼 학자금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내년 예산안에서는 무상대학등록금 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 청년기본소득이나 5조4천억원이 소요되는 청년사회상속제를 검토할 수도 있겠다.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는 대학학자금과 관련한 청년부채가 심각해지면서 사회문제화 되자 기업들에게 '졸업세'를 거두자는 보고서를 냈다. 최근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뢰로 제출된 이 보고서의 결론대로 기업들이 졸업세를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한 점이 많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 논의로 인해 높은 대학학자금 구조와 청년부채를 해결할 새로운 정책으로 이어지게 할 수는 있다.

내가 있는 광주에서는 청년유니온이라는 노동조합이 청년운동과 노동운동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는 청년금융상담을 눈물로 해내면서 청년드림은행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틀 전 광주 청년드림은행의 성과보고회에 갔었다. 보고회에서 드림은행관계자들이 정성들여 자신들의 성과와 과제를 설명하는 걸 들으면서 진심으로 감동했다. 광주시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이 사업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느껴졌고, 더욱 확장되어야 할 사업이라는 당위에 공감되었다.

'그건 니 생각이고' 라는 제목의 책도 한권 받아와서 다 읽었다. 박수민 은행장은 책에서 '소확행'이 슬픈 단어라고 말했던 친구 이야기를 했다. 왜 우리는 행복마저도 '소소하고 확실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말이다. 이 말을 하는 30대 초반의 박수민 은행장도 자신의 학자금 대출채무를 최근에야 겨우 다 갚았다고 한다.

이들이 푸르른 청춘을 예찬하는 일이, 나 같은 사람이 그 젊음을 부러워하는 일이, 부자연스럽지 않아야 하는데, 과연 이게 자연스럽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청년유니온이나 청년드림은행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만나면서 들었던 생각들이다. 기록해 놓지 않으면 증발될 것 같아서 적어둔다.

Posted by 나경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