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정환'은 육교를 건너면서 '이렇게 사는 세상의 끝이 있음을 믿는다'고 썼다.

이 정부들어 벌써 세 번째나 우리나라 대통령이 분단된 이북 땅 지도자를 만났다. 통일까지 될까 싶은 흐물흐물한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오가고 손잡고 마주앉는 일이 이렇게 요란하거나 떠들썩한 일이 아닐 날은 올거라고 생각한다.

시퍼런 청춘들이 머리 빡빡밀고 애국심을 쥐어짜 사람형상에게 총검 앞으로 찔러 돌려 빼 외치지 않아도 되는 날은 올것이다. 끌려온 사람들이 세상 억울해하다 그 억울함을 다른 데다 풀어내지 않아도 되는 날도 올 것이고, 폭탄과 총과 탱크와 전투기와 잠수함 사느라 쓸 돈을 우리 엄마 아픈 무릎 치료하는데 써도 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정말 이런 상상의 날이 올거라고 그다지 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 좀 내다보며 살려면 이제부터라도 시와 시인을 좀 믿으며 살아야겠다. 이렇게 사는 세상의 끝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나는 오늘도 어제처럼 의심하며 살 것이며
내일도 후회 없이
맡겨진 삶의 소름 떠는 잔칫밤을 치를 것이다
아아 흔들리는 육교를 건너며
나는 오늘도, 이렇게 저질러진 세상의
끝이 있음을 나는 믿는다
나의 지치고 보잘것없는 이 발걸음들이
끝남으로, 완성될 때까지
나는 언제나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얼마나 소름돋는 묵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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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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