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_광주지하철2호선_건립을_걱정합니다.


#거북이는_토끼보다_길에_대해_할_말이_많다 고 한다. 칼릴 지브란의 말이다. 이 말은 우리 도시의 교통문제를 고민하는 데에도 꽤 유용한 잠언이 될 수 있다.


사회적경제분야의 마당발이자 뛰어난 조직가이신 송경용 신부님은 #걷는교회라는 교회를 운영하신다. 이 교회를 통해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은 텔레그램방으로 묶여져 의사소통을 한다. 이 교회는 예배당이 없는 대신 매주 일요일 어디어디로 모이라는 공지를 통해 매번 다른 장소에서 예배를 본다. 이번주에는 수원 화성의 더불어숲동산에서 모인 것 같다. 나는 멀리 있으므로 가지 못했다. 매주 헌금을 모으지만 이 헌금은 일주일이 넘기 전에 예배비용과 기부로 모두 소진한다. 예배당 건물이 없으니 건축헌금이니 하는 것도 없다. 성공회, 기독교, 카톨릭, 가끔씩은 스님들도 예배에 함께 한다. 


이 교회는 이렇게 말한다. #새소리가_우리의_복음이요#바람소리가_우리의_찬송이다. 사람들이 고난받는 곳에 모여 그 주변을 걷고 고난의 현장에서 함께 아파하며 거기에서 돗자리를 깔고 예배를 본다.

신부님에게 어쩌다 이런 교회를 생각하게 되셨냐 물은 적이 있다. 영국에서 수학 중이던 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허리가 아프셨는데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걸어다니라 했더란다. 이용하던 차를 팽개치고 난간을 붙들고 죽을 힘을 다해 걷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걷다 보니 조금씩 허리에 힘을 줘도 통증이 심하지 않게 되었고, 그러던 중 불현듯 걷던 길의 주위가 눈에 들어오더란다. 새소리와 바람소리, 나뭇잎 서걱거리는 소리까지. 길가에 어떤 가게가 있고, 어떤 사람들이 다니는지 그때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산부님은 그때 한국에 돌아가면 걷는교회를 해봐야 겠다 생각하셨다고 한다.


걷는교회는 걸음으로서 우리사회 고난에 대해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걷는행위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과 함께 다니며 온갖 기적과 복음을 전파하던 그 모습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세한 동네 자영업자들이 점점 어렵다고 한다. 손님이 없단다. 나는 광주시가 이 문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면 지하철 2호선 건랍을 중단해야 한다고 샹각한다. 그보다는 걷는 도시, 걷기좋은 도시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람들이 걷는 도시라야 길가의 간판을 읽을 수 있고, 어느 골목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집 근처의 천변 추어탕집은 꽤 맛집이지만 천변의 작은 길가에 있으므로 걷지 않으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것이다. 
자가용으로 쌩쌩 달리는 거리의 가게들을 눈여겨 볼 수는 없다. 그래서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광고판을 세우고 가게 영업을 하지 않는 새벽시간에도 환하게 불밝힌 간판이 깜빡거리는 것 아닌가. 
자가용이 이럴진대 땅속을 달리는 지하철은 도시의 거리를 소거하고 전철역 주변만 살찌울 것이 분명하다.


도시를 생기있게 하기 위해서는 자가용을 억제하고 보도를 편하고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차량통행이 많은 도심의 속도제한도 필요하다. 세계의 도시중에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0명인 곳도 있다. 광주도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은가. 
걷기 좋은 도시 다음으로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은 버스중심의 도로를 만드는 일이다. 도시교통의 핵심은 승용차 사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시스템을 만드는 것인데, 지하철은 자가용과 경쟁하지 않는다. 지하철은 버스와 경쟁한다. 자가용과의 경쟁은 지상의 도로위에서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중심 시스템을 갖춤으로서 시작될 수 있다. 지하철 2호선을 만들 2조원이라면, 그 중 광주시의 재정투자분인 8000억원만 투자해도 획기적인 버스중심 도로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 돈이라면 공공자전거 시스템을 전국에서 가장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광주는 대도시중에 가장 평지가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대하고, 공공자전거를 충분히 확보하며, 학교에서 경찰 그리고 시민단체와 협력하여 자전거 교통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용섭 시장은 지하철 2호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동시에 이것을 일방추진하지 않고 공론화를 통해 의견을 모아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나 또한 공론화를 약속했고, 나는 이용섭 시장이 공론화를 약속하던 현장에 함께 했던 증인이기도 하다. 
광주시와 지하철공사가 앞장서서 지하철2호선 건립의 당위를 설파하는 것은 공론화 약속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것은 공론화라는 시늉에 불과하며, 공약 파기에 다름이 아니다.


지금처럼 일방통행 공약파기로 지하철 2호선을 추진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영세한 상권의 파괴에 대해 대책이 없을 것이며 버스체계 또한 파괴되어 도로는 더 많은 비율의 자가용에게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도로는 더욱 위험에 빠질 것이다. 지하철 2호선의 일방추진이 걱정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이용섭 시장이 거북이가 토끼보다 길에 대해 더 할 말이 많다는 저 교훈앞에서 겸손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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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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