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분노를 보다

자료 2018. 10. 14. 21:22
<많은 스포일러가 있어요>
스위스 여성참정권 쟁취를 그린 영화 #거룩한분노 를 봤다. 스위스 한 작은 마을에서 여성참정권 국민투표를 앞두고 일어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재밌고 행복하게 그렸다. 인상에 남은 장면들을 기록해 본다.

1971년 스위스에도 공용자전거가 있었던 모양. 영화에선 동네자전거라 불렀다. 그런데 행실이 나쁜 여자를 또 동네자전거라 불렀다.

진공청소기가 등장한다.

여성은 남편의 허가 없이는 취업할 수 없었다. 스위스혼인법이 그렇게 정하고 있었다.

캠페인하는데 브로셔와 책을 무료로 나눠준다. 주인공 노라는 여기서 받은 책을 밤새 읽는다.

여성정치화반대행동위원회 라는 단체가 등장한다. 스위스 여성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나쁘지 않게 지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각종 통계자료가 유통되는 맥락과 비슷한 이야기도 나온다. 
여성정치화..라는 말도 참 재밌는 표현이다. 정치화를 반대한다는 말이니 여성은 비정치적인 존재여야 한다는 뜻일 테고, 그렇다면 공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적 존재'로서만 남겨져야 한다는 뜻이다.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 '교실의 정치화'를 걱정한다던 안철수도 생각났다. 철수생각. 최근엔 김성태가 취학연령 하향을 전제로한 18세 선거권에 찬성한 바 있다.

스위스에서는 1959년 이전부터 여성참정권 투표를 계속 실시해왔던 것 같다. 영화속 '브로니'라는 여성노인은 그 선거때는 마을에서 혼자 참정권 지지투표를 했다고 말한다.

마을 주민이 성당을 예약하여 모임을 할 수 있다. 여성투표권을위한지역운동위원회 라는 단체를 만든 노라와 브로니는 포스터를 동네 곳곳에 붙이고 사람들을 모은다. 모임은 반대자들의 야유에 엉망이 되고 우연히 참여한 노라의 남편은 여성참정권에 찬성한다고 말한 바 있으나 사람들 앞에서는 반대 의사표시를 하게 되었고, 노라는 크게 실망한다.

모임 이후에 실망에 빠진 지역운동위원회 회의 중 한  이탈리아 출신 여성이
"이탈리아에선 원하는게 있으면 파업을해요"
라고 말하자, 모두들 여성파업에 돌입한다. 귀가를 거부하고 한때 브로니의 가게 였던 '배런'에서 숙식하며 파업을 이어간다.
이탈리아에선...파업을 한다는 말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모맨텀이 되는데 참 재밌는 전환이었다.

생활이 엉망이 된 마을 남성들 일부가 밤에 파업현장인 '배런'을 습격하고, 흥분한 브로니가 숨을 거둔다.
브로니의 추모미사에서 신부가 이렇게 말한다.

"친애하는 교인여러분 우리는 오늘 브로니와 작별하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브로니는 선한 사람이었고 성실근면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남편을 도와 술집을 행복하게 운영했습니다. 봉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죽자 술집 '배런'은 문을 닫았고, 그녀도 충분히 일한 후의 휴식을 얻었죠. 마지막으로 그녀는 가족들 특히 손주들에게 헌신했습니다. 브로니는 행복하고  만족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기가 있을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대문이었습니다. 바로 하나님의 계획안에 있었던 거죠."

신부님의 추모사가 이어지던 중 노라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여러분, 우리 모두 '배런'이 그녀의 집이었다는 것을 압니다. 아주 열정적으로 운영했죠. '배런'이 그냥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그녀의 남편이 돈을 갖고 도망가서 다 써버렸기때문입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돈은 남자들의 일이었으니까요. 브로니는 그녀의 집 '배런'을 잃었습니다.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이유로요. 왜 감추려고 하죠? 얼마나 노골적으로 불평등한지 명백하잖아요. 하나님은 우리를 모두 사람으로 보신다고 믿습니다. 다들 다르지만 또한 같습니다. 더 나쁜 사람도 더 좋은 사람도 없습니다. 남자와 여자도요. 그렇게 믿습니다. 마지막 몇주동안 브로니는 싸웠습니다. 자유와 정의를 위해서요. 우리는 그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얼마 후 여성참정권을 위한 전국민 주민투표가 주별로 실시되고 이 작은 마을에서는 간발의 차로 여성들이 참정권을 쟁취했다.
참정권 투사가 되었던 노라와
한때 그녀를 배신했던 한스는
나란히 투표를 하러 갔고,
둘은 더 깊게 서로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 섹스신은 아름다웠다.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문과 보도자료  (0) 2019.04.12
조선대학교의 역사  (0) 2018.10.03
[펌]서울 지하철 여행  (0) 2014.12.14
Posted by 나경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