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당 의석이 129석, 민주평화당이 14석, 정의당 5석이다. 다 합하면 148석. 여기에 민중당 김종훈의원이나 무소속 의원, 바른미래당에서 몇 명이라도 손을 들어주어야 개혁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2019년 예산안 처리에서 더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야3당의 손을 놓고 자유한국당과 손잡은 것은 두고두고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

첫째, 더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이 앞으로 적폐청산이나 개혁추진보다는 총선을 위한 득표전술을 중심으로 정치적 선택을 해나갈 것임을 드러낸 것으로, 이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개혁추진을 바라는 촛불민심을 기반으로 하는 국정운영기조가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이런 변화는 청와대가 주도하는 것은 아닌 듯 한데 대통령의 국정중심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므로 민주당-청와대 갈등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둘째, 자유-민주당 예산연대의 결과 소득주도성장론의 기조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사회복지 예산 1조2천억 삭감과 바꿔먹은 의원들 지역구 SOC예산 1조 2천억원은, 여당의 최대 관심사가 줬다뺏는 기초연금 개혁이나 유치원3법 개정과 같은 개혁정책이 아니라 지역구 관리와 다음 총선 득표전술로 옮겨간 빼박 증거이다. 개혁추진은 끝났다. 촛불정부라는 네이밍의 유효기간도 예산안이 통과한 12월 8일 새벽에 종료되었다.

셋째, 더민주당의 변심은 '표변'이라 할만큼 갑작스럽고 전면적이었다. 결과를 예상하고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이루어 진 것인지 의심스럽다. 한마디로 이해찬 리더십의 붕괴이고 한계이다. 이해찬은 전형적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리더이다. 그는 항상 갈등을 만들고 정면돌파를 시도하며 승패를 가르는 사람이었지, 설득하고 양보해서 윈윈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넷째, 이번 예산안에서 언론이 아주 크게 다루진 않았지만 남북협력기금 1,200억원을 200억만 남기고 1000억원이나 삭감해버렸다. 일명 김정은 참수부대라 불리는 특임여단의 예산액은 수십배 증액되었다. 김정은의 답방을 두고 청와대는 애를 태우고 있는데, 여당인 민주당은 평화통일예산을 삭감하고, 북한 지도자를 참수하겠다는 예산을 증액했다. 민주당이 이래놓고도 북을 향해 답방을 권유한다면 싸이코패스일 뿐이다.

다섯째, 예산안의 질이 최악의 저질이다. 처음에 의원들 연봉이 1억4천에서 1억6천으로 인상되었다는 내용은 오보인 듯 하다. 그러나 전혀 근거없는 오보는 아니었던 것이, 연봉을 공무원 임금인상비율 만큼 올린 건 사실이다. 의원 개인이 수령하는 항목은 아니지만, 의원 1인당 지원액이 약 2000만원 증액된 것도 사실이다. 즉 복지삭감의 반대급부로 지역구 토건예산을 증액하고 의원 자신들에게 지원되는 예산액을 늘려놓았다고 생각할만 하다는 것이다. 사리사욕을 챙겼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는 촛불혁명 이후 만들어진 이 정부가 적폐청산-개혁추진에 최소한의 소명의식을 가질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 의미에서 문정부가 촛불후기를 잘 끌어가기를 바랐다. 촛불후기가 길어져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제 탈촛불국면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서로에게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은 둘의 승리가 쌍둥이같다는 말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적도 있다. 민주당은 이제 노란조끼 시위가 한국에서도 이어질지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12월 15일, 연동형비례제를 요구하는 정당 시민사회단체의 불꽃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 집회는 이제 특정 선거제도만이 아니라 확정된 내년도 예산과 개혁후퇴를 질타하고 새로운 사회를 요구하는 집회로 진화될 운명에 놓였다. 
#우리는_그_운명을_거부하지_않을_것이다.


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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