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일생을 사는 사람은 끊임없이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정치인은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자신 혹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팀의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이 인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험난한 여정과, 정치적이며 인간적인 고난들을 이겨내는 성숙한 인격을 발견하게 될때,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정치인이 탄생한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남북협상에 생을 걸었던 김구선생을 그래서 사람들은 존경한다. 조국이 찬탁과 반탁으로 나뉠때 조차도 냉정한 이성으로 좌우합작의 길을 모색했던 여운형이라는 정치인을 우리는 그래서 선생이라 부른다. 
우리 도시의 시민들 대부분은 주저없이 김대중이라는 이름 뒤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는데, 그가 민주주의를 약속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생을 걸었던 사람이어서다.

영국 노동당의 당대표 코빈은 소속 당에서조차 꼴통으로 통하는 극좌파정치인이었다. 공립학교 강화를 주장해왔던 소신을 조용히 꺽는 대신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겠다는 부인과의 헤어짐을 선택했고, 공화주의자로서 여왕에게 무릎꿇는 전통에 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의례를 거부한 고집스런 정치인에게 영국의 가난한 노동자들과 청년들이 '코빈동지'라는 호칭을 준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 정치인이 소속 당의 의원에게 불신임을 당하자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노동당 당원이 되어 그를 구출한 것은 전설이 될 만하다.

소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허물고, 정직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정치인에게 사람들은 신뢰를 준다. 돌아가신 고 노회찬 대표는 그런 사람이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어제 한 약속을 난봉꾼 화투판 뒤집듯 하는 사람을 훌륭한 정치인이라 말할 수 없다. 이런 사람이 이 땅의 최고통수권자가 속한 정당의 지도자라면 그 당의 불행일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재앙이다.

어떤 정치인이든 적어도 초심을 세울 때는 맑은 마음으로 자신을 바쳐 역사와 약자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겠다 마음 먹는다. 
민주당의 모든 공간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일생을 바친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민주당의 이해찬, 홍영표, 홍익표, 박주민 등 최고지도부의 일원들 뿐 아니라 심지어 지난 총선에서 독설 입버릇때문에 공천탈락했다고 알려진 정청래 전의원까지도, 적어도 어느 한 시점에서는 마찬가지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액자속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는 승자독식 선거구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로 바꾸어야 한다는 신념을 말해왔다.

정의당 당원들은 더 가난한 시민들,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여성과 가난한 청년들과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사표로 사라지게 하는 현재의 제도를 반대해왔다. 격차사회와 불평등해결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보다 유익하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 지도부의 바뀐 신념과 정의당 당원들의 변치않는 신념이 충돌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김대중, 노무현이 옳고 지금의 당신들이 틀렸다. 당신들의 과거 맑았던 신념이 옳고 탁한 지금의 언어가 틀렸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정의당 평당원의 한마디가 옳고, 민주당 당대표의 날선 언어가 틀렸다.


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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