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감찰반원이 불법 민간인 사찰을 일삼았다는 자유한국당의 공세에 대해 청와대와 조국수석은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류의 사건은 보통 공개된 내용보다 물밑의 내용중 훨씬 중요한 사항들이 많으므로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는 점도 있고, 사태가 어디로 흘러갈지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나는 조국 수석이 특감반원 전체를 날려버린 것이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민주당 이해찬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개인일탈에 불과한 일이라고 변명해 보았자 소용이 없다. 개인일탈에 불과한데 왜 사건 초기에 조국 수석은 특감반원 전체를 경질했을까,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원경질로 인해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뭔가 큰 일이 있나보다 하고 생각하게 했다. 그 점을 자유한국당이 잘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그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특감반원 입장에서는 청와대 해명에 의하면 억울한 것이 당연하다. 한 사람의 잘못을 부서원 전체가 연대책임을 졌다는 것인데 일단 우리 법제는 연대책임제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조국 수석이 잘 알고 있을 것이며, 부서원들에게 불필요하게 불명예를 안겨준 것이다. 
특감반원 개인 일탈이라는 청와대 해명이 진실이라는 전제에서 조국 수석은 나머지 특감반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렇게 인력운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처리를 이렇게 한 것에 대해서 나는 '정치력 미숙'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 민주당과 청와대는 야당이 조국수석을 흔드는 것은 청와대의 사법개혁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평하는 것은 좀 웃기다. 왜냐하면 청와대가 무슨 사법개혁 의지가 있다는 것인지 그동안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는 면에서 야당의 공세에 닥쳐 이렇게 말하는 것은 좀 면목이 없는 변명처럼 들린다. 특히 최근의 대법원 내부의 개혁포기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가 한 게 뭐가 있는가. 국민들은 아 청와대의 사법개혁 추진을 자한당이 흔들리고 있어서 큰 일이구나 하는 경각심이 생기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사법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특히 양승태 사건과 경찰적폐, 검찰적폐, 법원적폐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나는 청와대가 이 사건에 대해 한 말 중, 문재인 정부의 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없다는 말에 코웃음이 났다. 얼척이 없다. 이 정부하에서도 민간인 사찰은 엄연히 계속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경찰서의 '정보과'는 원래 치안정보를 수집한다는 취지로 설치되었다. 그러나 치안과 무관한 지역 주요인사들의 동향과 각종 단체들의 동향 정보 등이 매우 세세하게 정보보고서에 담긴다. 나는 지방의원일때 이 정보보고서 일부를 본 적이 있었다. 정보과의 보고서 일부가 구청장과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방의회마다 담당 정보과 형사도 있고, 구청 담당과 각 동별 담당도 있다. 정보의 질과 양이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그 정보보고서는 국정원에 의해 취합되고, 국정원은 이런 방식으로 민간인 사찰을 전국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하며 그 정보를 관리한다. 이 정보가 청와대에는 보고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없다. 
문대통령은 후보시절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없애겠다고 공약했고 2017년 7월 국정원의 국내파트 담당 부서를 폐지했지만, 2018년 1월에 공개된 채수창 전 강북서장의 인터뷰에 의하면 여전히 국정원법의 ‘정보 및 보안업무기획·조정규정’(대통령령)이 개정되지 않아서 그 제11조 1항에 따라 국정원장이 경찰 포함 각급 기관에 대해 연 1회 이상 정보사업 및 예산 보안업무 감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국정원이 지금도 경찰 정보예산을 통제하며 정보담당 경찰을 사실상 국정원의 정치정보 수집이나 민간인 사찰의 손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민간인사찰의 DNA가 없다고 말하려면 이미 지적되고 있는 이런 점에 대해 규정도 바꾸고 제도와 시스템을 손봤어야 했다. 게다가 대통령령 아닌가!

결국 지금 청와대가 자유한국당에 당하고 있는 이유, 자유한국당의 주장이 더 말이 되는 것 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스스로 약속한 개혁조치들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기때문이다. 자한당의 정치공세일 뿐이라는 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 국민들은 그리 바보가 아니다.

모면하려 하지 말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만이 정국을 정면돌파하는 것이다. 지금 하는 것은, 말은 정면돌파이지만 사실은 꼼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꼼수로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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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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