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한권 정도는 어지간하다면 하루 정도 읽으면 마지막 장을 덮는데 이 소설은 3일 걸려 읽었다. 아껴 읽느라...
내가 이 책을 아껴 읽다가 올해가 가기 전 어느 날에 기적처럼 고공농성하는 분들이 내려와도 좋을 일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기대가 있었지만, 역시 부질없었다.

3일 전에 나는 간도땅에 있었고, 강주룡을 따라 항일무장부대가 머물렀던 동토의 산 속에도 있었다. 평양을 거닐었고 을밀대 위의 아찔함도 보았다.
부고를 들은 정달헌의 감옥방에서 새어나오던 괴성이 나의 것인양 목이 메였다.

20세기 초반 이땅의 노동자들은 극한의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가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이 역사가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생각하니 끔찍하기까지 하다. 모든 것이 바뀌었는데 어찌 노동자들이 생을 걸어야 한다는 것만은 이렇게 같을까.

2018년이 이제 딱 하루 남았다. 21세기를 질주하는 오늘도 20세기 초 최초의 체공녀 강주룡이 그랬듯 공중에 머물러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은, 시간을 무색하게 할 뿐이다.

2019년은 더도 덜도 없다. 하늘에 오르지 않아도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널리 퍼지는 사회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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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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