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연대가 자체 신문을 통해 저와 정의당의 광주형일자리에 대한 견해를 실명비판했습니다. 이 기사의 주제가 개혁주의라고 되어 있네요. 
실제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인 협상진행 내용에 대해서 저는 비판적인 의견을 꽤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광주형일자리로 이름 붙인 이 구상에 대해서는 매우 필요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부문뿐 아니라 제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의 노동환경과 임금수준을 노사민정 협약방식으로 공동결정하자는 것이 비판받아야 할 개혁주의라면, 민간일자리는 민간기업에게 맡겨두어야 한다는 말일까요? 일부 노동운공가들은 광주형일자리를 비판하면서 정부의 특혜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견해는 자칫하면 작은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결론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사회연대의 측면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시간단축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대기업에서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오히려 노동조합이 잔업 특근 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산업현장에서 이 관계를 바꾸는 것보다 새로운 일자리 실험을 통해 노동시간단축-기본급중심임금체계-노동의 경영참여와 협력업체를 포함한 산단노동조합의 활성화를 구상하는 것이 훨씬 급진적이면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대기업 현장 노동자들 총연봉 수준보다는 낮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과 청년 예비노동자들은 환호하는 광주형일자리가 제시하는 연봉수준이 동종업계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하락시킨다는 우려는 현실적 근거가 없습니다. 동희오토는 공장 전체가 낮은 임금의 비정규직입니다만, 동희오토때문에 현대자동차 임금수준이 하락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동희오토의 문제는 동종업체노동자들 임금하락 우려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 공장이 노조없고 파업없고 정규직없는 공간이기때문에 문제입니다. 
광주형일자리 구상에서 노동자들은 노조설립을 지원받습니다. 광주는 광역지자체가 자신의 예산으로 노조설립 지원활동을 최초로 시행한 곳이기도 합니다. 경영참여가 가능합니다. 정규직채용을 원칙으로 하며 파업은 필요하면 제약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광주의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청년 예비노동자들은 기존의 선배노동운동가들과 노동조직들에게 광주의 실험에 적극 관여해서 보다 나은 조건의 협약이 진행되도록 압력이 되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이 구상 자체의 실효성을 공격하거나 울산과 광주를 대립하게 만드는 비판은 결과적으로 현대자본의 협상력만을 키울 뿐입니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현실의 광주형일자리 협상에 저도 불만과 우려가 많습니다. 특히 노사민정의 협약이라는 이상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사와 정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었고, 노와 민의 참여는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저를 비롯해서 광주의 진보진영은 광주형일자리의 이상을 진보적이고 합리적으로 견인할 노와 민의 맹아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할 생각이며,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동자연대의 언급과 비판은 반갑습니다. 노동자연대는 그 견해가 비교적 분명한 매체여서 논점이 분명해지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https://wspaper.org/article/21326?fbclid=IwAR1CKYDPs6fT7LLnIdyg1mObNdmLHmA7222N1x7Nwzc5W4LvHBYTy1O-17g


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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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합리적이면서 따뜻한 글과 말을 좋아했고 잘 안되지만 나도 그러려고 노력했었다. 이렇듯 피 토하는 뜨거운 말과 글은 피하고 싶다.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슬픔과 비극은 충분히 가까이 있기때문이다. 
다만 죽음에 대한 글은 의무감으로 읽는다. 의무는 다해야 하니까. 정부와 정치권은 산업재해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12월 14일 기자회견, 故김용균님 어머님 말씀입니다.

“우리 아들은 어려서부터 속 썩인 적이 없습니다. 너무 착하고, 너무 이쁘기만 해서 아까운, 보기만 해도 아까운 아들입니다. 저희 부부는 아들만 보고 삽니다. 아이가 하나뿐입니다.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에 저희도 같이 죽었습니다. 아이가 죽었는데, 저희가 무슨. 아무 희망도 없고. 이 자리에 나온 건, 우리 아들 억울하게 죽은 거 진상규명 하고 싶어서입니다.


어제, 아이 일하던 곳을 갔었습니다. 갔는데, 너무 많은 작업량과 너무 열악한 환경이, 얼마나 저를 힘들게… 말문이 막혔습니다. 내가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기다니. 아무리 일자리 없어도, 놀고 먹는 한이 있어도, 이런 데 안 보낼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살인병기에 내몰겠습니까. 저는 아이가 일하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다니는 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제는 기계가 서있어서 그나마 앞이 보였습니다. 동료들 말로는 먼지가 너무 많이 날려서 잘 안 보이고 어둡다고 했습니다. 아들 일하던 곳은 밀폐된 곳이었습니다. 먼지가 너무 날려서 후레시 켜도 뿌옇게 보였습니다. 그 안에 머리를 넣어 옆면을 보고 석탄을 꺼내는거라고 하더라고요. 컨베이어벨트가 중간에 있었습니다. 아들 사고난 장소에 동그랗게 말려있었습니다. 그게 위력도 세고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고 들었어요. 그 위험한 곳에 머리를 집어넣었다니,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동료들 말이 또 있었습니다. 아들 현장에서 봤을 때 현장에서 모습이 어땠냐고. 머리는 이 쪽에, 몸체는 저 쪽에, 등은 갈라져서 타버리고, 타버린 채 벨트에 끼어있다고 합니다. 어느 부모가 이런 꼴을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평생을 이런 데를 보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우리 아이가 그 일을 했다 생각하니, 당했다 생각하니, 사진도 보고 동료들의 말도 듣고.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 있을 수 있는지. 옛날에 우리 지하탄광보다 열악한 게 지금 시대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억울하게 당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걸 알리고 싶어 나왔습니다. 


가는 곳마다 문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일이 탄을 꺼내 위로 올려야 했습니다. 그 양이 열 명이 해도 모자랄 것 같았습니다. 아이 두 동강 난 걸 사진도 보고, 이야기도 듣고, 이건 한국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오라 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체한다 해도 같은 상황일겁니다. 아들이 일하던 곳, 정부가 운영했잖아요. 정부가 이런 곳을 운영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더 죽는 거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들 하나면 됐지, 아들같은 아이들이 죽는 걸 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바꾸고 싶습니다. 아니,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 내 아들이 죽었는데, 저에게는 아무것도 소용 없습니다. 명예회복, 그거 하나 찾고자 합니다. 아들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다면요. 도와주십시오.
아이가 취업한다고 수십군데 이력서 넣었는데, 마지막에 구한 곳이 여기였습니다. 대통령이 일자리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되고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말로만입니다. 저는 못 믿습니다. 실천하고 보여주는 대통령이었으면 합니다. 행동하는 대통령이 되기 바랍니다. 두서 없는 말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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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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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중고등학교에 들어가 '찾아가는 민주시민교육'을 하고 있다. 2시간 수업인데 87년 6월항쟁의 시대정신을 소재로 '우리들 시대의 정신'을 얘기해보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3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모두들 나름대로의 이유를 대며 자신들이 생각하는 시대정신에 대해 한마디씩 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있고, 어느 학교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도 있다.

작년에 같은 주제로 체고에 갔을 때 아이들이 했던 얘기는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심판의 판정이 공정하지 않아서 승부에 승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심판이 권력이든 뇌물이든 실력 이외의 이유로 의도된 오심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 친구들의 시대정신은 '공정'이었다.

최근에 간 학교에서는 특성화고로 지정되기 이전에 입학한 3학년들과 특성화고로 지정된 이후의 후배학년간 차별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식사의 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원액이 달라서 급식단가가 다르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진위와는 무관하게도 이미 아이들의 박탈감이 상당했다. 이 친구들의 시대정신은 '평등한 밥'이었다.

일자리가 너무 없어서 고민이다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심지어 중학교 3학년들이. 아직 취업을 고민할 나이가 아닌 듯 한대도 자신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16살 소년 소녀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가 내 예전시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 나이때 느꼈던 불안감은 어떤 미래가 나에게 올지 잘 모르는 데서 오는 추상적 불안이었다면, 이 친구들은 자신들의 앞에 어떤 생이 펼쳐질지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의미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불안함이었다. 취업 잘되는 사회가 이 친구들의 시대정신이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은 성평등을 시대정신으로 꼽았고,  여성주의 혹은 반여성주의를 자신들의 시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뽑았다. 오늘 수업을 했던 학교는 남녀공학 중학교3학년 중 남학생 반이었다. 서른 명 중 7명이 성평등을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는데, 한 친구가 '성평등과 메갈반대'라고 말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의견을 설명해보라 권했더니, 여성들이 지나치게 우대받거나 특혜를 받고 있으며 메갈들이 설쳐서 그리 된 것이란다. 그래서 남학생들 일부에게는 성평등과 메갈반대는 같은 의미였다.

어찌되었든, 어떤 의미에서든 여성주의는 중요한 시대의 화두가 되었고 더 젊을 수록 이것을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성주의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하는 것에는 그 방향이 뭐든 대부분의 학생들이 동의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편견없이 여성주의적 인식의 원형과 근거를 살펴보고 토론하고 고민하는 것 외엔 다른 정도는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유도하곤 했다.
페미니즘 정치의 고유한 인식론과 과제를 깊이있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정치도 그것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

어쨌든 우리 중고등학생들, 청소년들이 인식하는 그들의 시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이제 다음 주 한 강의만 더 하면 올해는 끝이다.
마지막으로 교사는 참 보람된 직업이겠구나, 다만 정말정말 힘든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을 매번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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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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