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민주당이 돌고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러가지가 고려되었겠지만 이해찬대표가 야3당과 국민 그리고 언론의 비판이 이렇게까지 거셀지 예상하지 못한 판단착오를 한 것인가, 아니면 이번과 같은 예산안 통과를 의도하고 눈질끈 감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전자라면 무능, 후자라면 비정한 이기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나는 만약 이해찬대표가 내심은 그렇지 않지만 연동형비례제 도입을 전제로 민주당이 당론을 펼쳤어도 어차피 자유한국당의 지금 이 포지션때문에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했으면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이 예산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손잡을 명분이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예산안을 지금 이런 내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목표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다시 연동형을 검토하겠다는 민주당과 이해찬대표를 '아이고 이제야 돌아오셨습니까? 잘하셨습니다'라고 할 수는 없다. 상황이 달라졌다.

2019 예산안은 확정되었다. 확정된 예산안을 바꿀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은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기초연금 줬다 빼앗는 제도 바꾸는 예산 4000억원 다시 올리고, 삭감했던 청년예산 원상회복시키고, SOC예산은 원래 정부 안대로 줄여야 하고, 농민 예산 반영시키고, 인상시킨 국회의원 세비와 의원에게 들어가는 평균 2000만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정의로운 예산과 정의로운 선거제도를 다시 연계시키면 어떤가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 
정부는 추경예산 준비하고 국회는 받아들이라고 떠들어야 한다. 
정부의 예산조기집행 계획은 그런 의미에서 철회되어야 한다.


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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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하청 계약직으로 입사하여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했다. 1년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고 열심히 일했다. 4~5km 거리의 컨베이어 벨트를 새벽에도 혼자 점검했다. 규정은 2인 1조였으나 회사는 그 규정을 무시했다. 대통령에게 비정규직노동자를 만나달라고 호소도 해봤다. 그는 24살이었고, 11시간이나 13시간씩 휴식시간 없이 일했다. 머리가 절단된 그는 4시간이나 지나서 발견되었다. 
노동자 김용균은 죄가 없지만 가장 처참하게 죽었다.

삼성바이로직스는 분식회계를 통해 주식을 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다. 분식은 화장품으로 장식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적자회사를 흑자회사로 속여서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뜻. 그 금액이 4조5000억원이었다. 이재용의 삼성 경영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혹이다. 그런데 당국은 거래를 정지시켰던 조치를 해제하여 거래가 재개되었다. 분식회계가 정정되지도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이재용은 죄가 명백하지만 부활했다.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부정의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에 책임을 져야 한다. 더불어-한국당이라는 비난에 제대로 답해야 한다.

청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김용균님의 명복을 빈다.



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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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일생을 사는 사람은 끊임없이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정치인은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자신 혹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팀의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이 인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험난한 여정과, 정치적이며 인간적인 고난들을 이겨내는 성숙한 인격을 발견하게 될때,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정치인이 탄생한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남북협상에 생을 걸었던 김구선생을 그래서 사람들은 존경한다. 조국이 찬탁과 반탁으로 나뉠때 조차도 냉정한 이성으로 좌우합작의 길을 모색했던 여운형이라는 정치인을 우리는 그래서 선생이라 부른다. 
우리 도시의 시민들 대부분은 주저없이 김대중이라는 이름 뒤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는데, 그가 민주주의를 약속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생을 걸었던 사람이어서다.

영국 노동당의 당대표 코빈은 소속 당에서조차 꼴통으로 통하는 극좌파정치인이었다. 공립학교 강화를 주장해왔던 소신을 조용히 꺽는 대신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겠다는 부인과의 헤어짐을 선택했고, 공화주의자로서 여왕에게 무릎꿇는 전통에 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의례를 거부한 고집스런 정치인에게 영국의 가난한 노동자들과 청년들이 '코빈동지'라는 호칭을 준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 정치인이 소속 당의 의원에게 불신임을 당하자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노동당 당원이 되어 그를 구출한 것은 전설이 될 만하다.

소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허물고, 정직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정치인에게 사람들은 신뢰를 준다. 돌아가신 고 노회찬 대표는 그런 사람이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어제 한 약속을 난봉꾼 화투판 뒤집듯 하는 사람을 훌륭한 정치인이라 말할 수 없다. 이런 사람이 이 땅의 최고통수권자가 속한 정당의 지도자라면 그 당의 불행일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재앙이다.

어떤 정치인이든 적어도 초심을 세울 때는 맑은 마음으로 자신을 바쳐 역사와 약자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겠다 마음 먹는다. 
민주당의 모든 공간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일생을 바친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민주당의 이해찬, 홍영표, 홍익표, 박주민 등 최고지도부의 일원들 뿐 아니라 심지어 지난 총선에서 독설 입버릇때문에 공천탈락했다고 알려진 정청래 전의원까지도, 적어도 어느 한 시점에서는 마찬가지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액자속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는 승자독식 선거구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로 바꾸어야 한다는 신념을 말해왔다.

정의당 당원들은 더 가난한 시민들,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여성과 가난한 청년들과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사표로 사라지게 하는 현재의 제도를 반대해왔다. 격차사회와 불평등해결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보다 유익하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 지도부의 바뀐 신념과 정의당 당원들의 변치않는 신념이 충돌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김대중, 노무현이 옳고 지금의 당신들이 틀렸다. 당신들의 과거 맑았던 신념이 옳고 탁한 지금의 언어가 틀렸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정의당 평당원의 한마디가 옳고, 민주당 당대표의 날선 언어가 틀렸다.


Posted by 나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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